[전통시장 리뷰] 부평 깡시장 – 옷, 사람, 음악, 그리고 삶의 소리로 가득한 시장
‘깡’이라는 이름에 담긴 시장의 유산, 그리고 살아있는 리듬‘깡시장’이라는 단어는 언뜻 들으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평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말이고, 그 단어에는 시장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부평에 자리한 부평깡시장(부평종합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산업·군수·패션 유통이 하나로 교차하던 생활의 장이었다. ‘깡’이라는 말은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군납품 잉여 물자를 ‘깡통처럼 쏟아지게 판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부평은 한국의 주요 군수기지였고, 그 뒤편에서 미군기지 물품을 되팔던 깡통시장, 즉 ‘깡시장’이 지금의 부평깡시장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부평깡시장은 단지 군수품만 취급하는 시장이 아니다.옷, 신발,..
[전통시장 리뷰] 창원 마산어시장 일출 전 풍경 – 바다는 없지만 생선은 산다
바다는 멀지만, 그 바다의 삶은 이 시장에 있다어시장은 바닷가에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아직 마산을 걷지 않은 것이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위치한 마산어시장은 바다가 멀지 않지만 정작 배가 없는 시장, 파도 소리보다 고함소리가 먼저 들리는 골목이다. 이곳에서는 새벽이면 바다를 본 사람보다 생선을 손질한 사람이 더 많다. 일출이 뜨기도 전, 마산어시장에는 활어가 들어오고, 빙장된 고등어 박스가 쌓이고, 상인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며 하루의 첫 숨이 시작된다. 바다는 눈앞에 없지만, 바다에서 올라온 모든 것들은 이곳에서 사고 팔리고, 정육점 대신 횟집이 아침 문을 열며, 시장 전체가 바다처럼 살아 움직인다. 그동안 마산어시장을 단순히 수산물 시장으로만 알았지만, 직접 새벽 시장을 걷고 나서야 그곳이 '삶..
[전통시장 리뷰] 서울 마장동 축산시장 – 고기만 파는 곳이라고요? 오산입니다
고기 시장의 이미지 너머, 마장동에는 ‘사람’과 ‘기술’이 있다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마장축산물시장은 국내 최대의 축산물 전문시장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곳을 단순히 "고기만 파는 시장" 정도로 알고 있지만, 막상 걸어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여기엔 소, 돼지, 닭을 다루는 기술자들, 20~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고기 전문가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시장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수많은 손의 온기가 담겨 있다. 마장축산시장은 단순한 식재료 유통지를 넘어, 대한민국 축산 유통 구조와 축산 기술의 흐름이 실시간으로 체감되는 곳이다. 대형 식당과 식육점, 프랜차이즈들이 고기 원육을 떼어가는 현장, 정육점마다 서로 다른 고기 손질법, 부위 설명법, 보관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곳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