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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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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리뷰] 성남 모란시장 – 4일과 9일의 시간, 장날에만 열리는 거리의 활력 숫자에 리듬이 있는 시장, ‘장날’이라는 시간의 방식대한민국에서 ‘장날’이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도심형 전통시장. 그 이름만 들어도 지역 사람들의 리듬을 떠올리게 하는 시장이 바로 성남 모란시장이다. 모란시장은 단순히 재래시장이 아니라, 매달 4일과 9일에 열리는 정기 5일장이 지금도 유지되는 곳으로 도심 한복판에서 과거의 시장 방식이 살아 숨 쉬는 보기 드문 공간이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모란시장은, 1970년대 이래 경기 동남부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으로 성장해왔으며, 현재는 일반 상설시장과 장날 장터가 혼합된 복합시장으로 진화했다.장날이면 500여 개가 넘는 노점상이 거리를 메우고, 계절 채소부터 희귀 약초, 기이한 수공예품까지 진열되어 단 한 번의 방문으로도 글이 되는 시장이 바로 이곳..
[전통시장 리뷰] 서울 청량리시장 – 동대문 이면의 진짜 밥상을 찾아서 청량리엔 단순한 역과 백화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서울에서 ‘청량리’ 하면 보통 KTX와 GTX가 연결되는 교통 중심지, 혹은 대형 백화점과 마트가 즐비한 쇼핑의 거점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 화려한 스카이라인의 뒤편 골목으로 발길을 돌려보면, 서울 토박이들이 여전히 장을 보는 ‘살아 있는 전통시장’, 바로 청량리시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청량리시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하지만 서울 동북부의 식문화와 생활경제를 조용히 지탱하고 있는 골목형 시장이다. 관광객보다 실수요자 중심, 즉 동네 주민, 근처 자영업자, 그리고 장을 보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소위 ‘관광형 시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특히 이곳은 밥상을 중심으로 한 전통 먹거리, 즉석 조리식품, 반찬, 국거리, 생선, 채소에 특화..
[전통시장 리뷰] 부평 깡시장 – 옷, 사람, 음악, 그리고 삶의 소리로 가득한 시장 ‘깡’이라는 이름에 담긴 시장의 유산, 그리고 살아있는 리듬‘깡시장’이라는 단어는 언뜻 들으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평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말이고, 그 단어에는 시장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부평에 자리한 부평깡시장(부평종합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산업·군수·패션 유통이 하나로 교차하던 생활의 장이었다. ‘깡’이라는 말은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군납품 잉여 물자를 ‘깡통처럼 쏟아지게 판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부평은 한국의 주요 군수기지였고, 그 뒤편에서 미군기지 물품을 되팔던 깡통시장, 즉 ‘깡시장’이 지금의 부평깡시장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부평깡시장은 단지 군수품만 취급하는 시장이 아니다.옷, 신발,..
[전통시장 리뷰] 서울 영등포시장 – 대형마트 시대에도 살아남은 이유는 따로 있다 전통시장이 사라지는 시대, 이곳은 여전히 ‘살아 있다’서울에 수많은 전통시장이 있지만, 진짜로 ‘살아 있는 시장’을 꼽으라면 영등포시장은 반드시 언급되어야 한다. 대형마트가 도시를 장악하고, 로켓배송이 일상을 지배하는 이 시대에도 영등포시장 골목은 여전히 오전 7시부터 분주하다. 상인들은 새벽에 들어온 생선을 손질하고, 분식집에선 튀김 기름이 먼저 끓는다. 서울 영등포구의 중심 상권에 자리한 이 시장은 195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생활밀착형 재래시장으로, 단순한 ‘장보는 장소’가 아닌 세대와 시간을 넘어선 생활의 터전이다. 대형마트 5분 거리, 백화점 바로 옆에 있음에도 꾸준히 생기를 유지하는 비결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이 아니다. 이곳엔 마트에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말 한마디에 덤으로 더해지는..
[전통시장 리뷰] 수원 못골시장 – 골목 하나에 담긴 50년 주민의 장보기 루틴 시장이라는 단어에는 ‘골목의 시간’이 담겨 있다수원이라는 도시는 흔히 광교나 행궁동처럼 깔끔하고 현대적인 도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여전히 골목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이 흐르는 공간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못골시장은 이름처럼 아담하고, 오래되고, 사람 냄새 나는 전통시장의 정수를 품고 있다. 못골시장은 단순한 상거래의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장보러 오는 사람과 장을 내는 사람 사이의 눈빛과 손짓, 반말과 웃음이 자연스러운 커뮤니티다. “이거 오늘 들어온 거야, 한 점 드셔봐요”라고 건네는 말에는 가격표보다 더 큰 신뢰가 담겨 있다. 그래서 이곳의 단골들은 여전히 마트 대신 시장을 찾는다. 이 글은 단순한 시장 방문기가 아니다. 수원 못골시장의 입지와 ..
[전통시장 리뷰] 창원 마산어시장 일출 전 풍경 – 바다는 없지만 생선은 산다 바다는 멀지만, 그 바다의 삶은 이 시장에 있다어시장은 바닷가에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아직 마산을 걷지 않은 것이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위치한 마산어시장은 바다가 멀지 않지만 정작 배가 없는 시장, 파도 소리보다 고함소리가 먼저 들리는 골목이다. 이곳에서는 새벽이면 바다를 본 사람보다 생선을 손질한 사람이 더 많다. 일출이 뜨기도 전, 마산어시장에는 활어가 들어오고, 빙장된 고등어 박스가 쌓이고, 상인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며 하루의 첫 숨이 시작된다. 바다는 눈앞에 없지만, 바다에서 올라온 모든 것들은 이곳에서 사고 팔리고, 정육점 대신 횟집이 아침 문을 열며, 시장 전체가 바다처럼 살아 움직인다. 그동안 마산어시장을 단순히 수산물 시장으로만 알았지만, 직접 새벽 시장을 걷고 나서야 그곳이 '삶..
[전통시장 리뷰] 포항 죽도시장 – 수산물보다 강한 건 상인의 손목이었다 이곳에서는 생선보다 ‘사람’이 먼저다포항을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죽도시장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시장은 단순한 지역 재래시장을 넘어서, 경북 최대 규모의 수산물 도소매 시장이자 동해안 어업 유통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해온 곳이다. 하지만 내가 이 시장을 직접 찾고 난 후, 진짜 인상 깊었던 건 바로 생선을 손질하는 상인의 손목이었다. 날카로운 칼을 능숙하게 다루는 그 손목에는 단지 기술만 있는 게 아니었다. 거기엔 오랜 시간 쌓인 숙련, 반복된 노동, 손님과의 대화, 그리고 이 도시에서 살아온 삶의 무게가 함께 담겨 있었다. 죽도시장에선 생선보다 사람이 더 눈에 들어왔다. 이 글은 단순히 시장을 둘러본 후기가 아니다. 죽도시장의 역사적 위치, 교통편과 주차장, 화장실 정보, 시장 구조와 인기 상..
[전통시장 리뷰] 안양 중앙시장 – 안양의 골목에서 만난 진짜 생활의 리듬 안양 중앙시장은 여전히 '삶의 중심'이다경기도 안양시는 수도권에 속해 있지만, 서울과는 다른 자체 생활문화와 골목경제의 뿌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도시다.그 중심에 안양 중앙시장이 있다. 관공서, 아파트 단지, 전통 골목, 재래 상권이 한데 얽힌 이곳은 단순한 시장 그 이상으로, 안양 시민의 하루와 기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생활의 중심지다. 수많은 지역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에 밀려 사라졌지만, 안양 중앙시장은 여전히 생기 있다. 그 비결은 단순히 물건이 싸서가 아니라, 매일 아침 같은 자리에서 반찬을 고르고 국수를 먹고 도넛을 사가는 익숙한 루틴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을 걷는 동안 “이 도시는 대형 건물보다 시장에서 살아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 글은 그런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