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리뷰] 서울 청량리시장 – 동대문 이면의 진짜 밥상을 찾아서
청량리엔 단순한 역과 백화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서울에서 ‘청량리’ 하면 보통 KTX와 GTX가 연결되는 교통 중심지, 혹은 대형 백화점과 마트가 즐비한 쇼핑의 거점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 화려한 스카이라인의 뒤편 골목으로 발길을 돌려보면, 서울 토박이들이 여전히 장을 보는 ‘살아 있는 전통시장’, 바로 청량리시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청량리시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하지만 서울 동북부의 식문화와 생활경제를 조용히 지탱하고 있는 골목형 시장이다. 관광객보다 실수요자 중심, 즉 동네 주민, 근처 자영업자, 그리고 장을 보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소위 ‘관광형 시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특히 이곳은 밥상을 중심으로 한 전통 먹거리, 즉석 조리식품, 반찬, 국거리, 생선, 채소에 특화..
[전통시장 리뷰] 부평 깡시장 – 옷, 사람, 음악, 그리고 삶의 소리로 가득한 시장
‘깡’이라는 이름에 담긴 시장의 유산, 그리고 살아있는 리듬‘깡시장’이라는 단어는 언뜻 들으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평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말이고, 그 단어에는 시장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부평에 자리한 부평깡시장(부평종합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산업·군수·패션 유통이 하나로 교차하던 생활의 장이었다. ‘깡’이라는 말은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군납품 잉여 물자를 ‘깡통처럼 쏟아지게 판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부평은 한국의 주요 군수기지였고, 그 뒤편에서 미군기지 물품을 되팔던 깡통시장, 즉 ‘깡시장’이 지금의 부평깡시장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부평깡시장은 단지 군수품만 취급하는 시장이 아니다.옷, 신발,..
[전통시장 리뷰] 창원 마산어시장 일출 전 풍경 – 바다는 없지만 생선은 산다
바다는 멀지만, 그 바다의 삶은 이 시장에 있다어시장은 바닷가에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아직 마산을 걷지 않은 것이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위치한 마산어시장은 바다가 멀지 않지만 정작 배가 없는 시장, 파도 소리보다 고함소리가 먼저 들리는 골목이다. 이곳에서는 새벽이면 바다를 본 사람보다 생선을 손질한 사람이 더 많다. 일출이 뜨기도 전, 마산어시장에는 활어가 들어오고, 빙장된 고등어 박스가 쌓이고, 상인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며 하루의 첫 숨이 시작된다. 바다는 눈앞에 없지만, 바다에서 올라온 모든 것들은 이곳에서 사고 팔리고, 정육점 대신 횟집이 아침 문을 열며, 시장 전체가 바다처럼 살아 움직인다. 그동안 마산어시장을 단순히 수산물 시장으로만 알았지만, 직접 새벽 시장을 걷고 나서야 그곳이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