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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리뷰] 고양 원당시장 – 공간과 시간을 품은 고양의 오래된 심장 원당시장은 고양시의 ‘일상’이자 ‘기억’이다수도권 전철이 쉼 없이 지나가는 경기도 고양시 한복판, 아파트와 쇼핑몰 사이에 조용히 자리를 지켜온 오래된 시장이 있다.바로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에 위치한 원당시장이다. 지금은 마트와 온라인 배송이 일상을 바꾸었지만, 그럼에도 이 시장은 아직도 지역 주민들이 ‘사람을 만나러 가는 장소’로 인식하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원당시장은 단순한 재래시장이라기보다, 고양시 원당 지역이 가진 행정·역사·사회 변화의 중심축이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원당은 고양군청이 자리했던 고양의 행정 1번지였고, 시장 앞 사거리에는 면사무소, 경찰서, 파출소, 우체국이 모두 모여 있었다.즉, 원당시장은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지역의 공공 중심 생활공간이었다. 이 글에는 그런..
[전통시장 리뷰] 경주 성동시장 – 신라의 향기 속 오늘을 걷다 천년 고도 한복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시장의 시간경주라는 도시는 신라 천 년의 시간을 품고 있는 도시이자,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역사의 결이 느껴지는 도시다. 하지만 화려한 유적지를 돌아본 뒤, 그 도시의 오늘을 진짜로 만나고 싶다면 반드시 한 번 들러야 할 장소가 있다. 바로 성동시장이다. 성동시장은 경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경주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금은 관광객과 지역민이 함께 찾는 복합 생활시장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뿌리를 따라가 보면 일제강점기, 6.25 전쟁 이후, 그리고 산업화 시기까지 경주의 생활경제를 떠받쳐온 오래된 골목형 재래시장임을 알 수 있다. 내가 단순히 물건을 사러 이 시장을 찾은 것이 아니었다. 이 시장을 걷는 동안, 신라의 그림자와 현재의 일상이 공..
[전통시장 리뷰] 원주 중앙시장, 철길 옆 시장의 근현대사 따라가기 원주 중앙시장은 시장 그 이상의 '역사 기록지'다강원도 원주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한반도 내륙 교통의 요지이자, 군사·행정·유통의 핵심 거점으로 오랜 세월 역할을 해왔다.그 중심에 자리한 원주 중앙시장은 단순한 전통시장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 시기, 그리고 현재까지의 도시 변화가 고스란히 기록된 '살아 있는 공간'이다. 이 시장은 철길 옆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권으로 시작됐다. 1960년대까지는 원주역(구역사)과 연결된 화물 수송로 인근에 상인과 노점이 하나둘 모이면서 시장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전쟁 직후에는 귀환민과 피난민이 모여 장사를 시작했고, 이후 원주가 강원 행정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도심형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단순히 장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시장이 ..
[전통시장 리뷰] 인천 신포시장, 미군 PX 앞에서 시작된 이야기 한국 최초의 '시장다운 시장'이 시작된 곳, 인천 신포시장서울이 수도로 자리 잡기 전, 인천은 이미 항구 도시로서 근대화의 문을 열고 있던 도시였다. 그 중심에 바로 인천 신포시장이 있다.신포시장은 단순히 오래된 재래시장이 아니라, 한국 상업사에서 가장 빨리 서구 문물이 들어오고, 시장 문화가 자생한 공간이다. 특히 이 시장의 뿌리는 미군 PX 앞 노점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역사적 상징성도 매우 크다. 전쟁 이후, 미군 부대가 주둔하면서 신포로터리 인근에 PX(군용 판매소)가 세워졌고, 그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먹거리와 물건을 파는 노점이 생겨나며 지금의 시장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곳은 한국 전통시장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미국 문화와 생활방식이 접목된 시장으로, 지금도 시장 골목에선 미국 통조림, 오리지널..
[전통시장 리뷰] 손으로 만든 것만 파는 강릉 중앙성남시장 – 숨은 장인을 찾아서 ‘장인정신’이 살아 있는 시장, 강릉 중앙성남시장강릉의 전통시장을 이야기할 때, 대다수는 중앙시장과 초당순두부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강릉의 깊고 조용한 손맛, 그리고 장인의 땀이 녹아 있는 시장은 따로 있다. 바로 강릉 성남시장이다.중앙시장에서 도보로 단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이 시장은 상업적 화려함보다 손으로 만든 것에 집중된 고요한 공간이다. 시장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인상은 크지 않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손으로 재봉질을 하는 할머니, 가죽을 자르는 중년 남성, 그리고 두 손에 밀가루 반죽을 들고 구슬땀을 흘리는 분식집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온다.성남시장은 기계 대신 손, 공장 대신 작업대가 중심이 되는 시장이다. 나는 직접 이 시장을 찾아가 직접 만든 물건만..
[전통시장 리뷰] 장날의 추억을 따라가다 – 속초중앙시장 장날 체험기 속초중앙시장 장날은 여전히 살아 있다속초는 바다, 설악산, 회로 유명하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진짜 ‘속초다운 풍경’은 시장에 있다.특히 속초중앙시장의 장날은 관광지 한복판에서 아직도 명맥을 이어가는 정통 장날 문화다. 정기적인 장날이 남아 있는 시장은 전국적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속초중앙시장은 아직도 매월 2, 7, 12, 17, 22, 27일에 장날이 열린다. 이날엔 주변 상인뿐 아니라 강원도 인근 장꾼들이 직접 짐을 꾸려와 좌판을 펼친다. 방문객으로선 마트나 대형마트에선 결코 맛볼 수 없는 생생한 풍경과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는 날이다. 그런 장날의 정서를 직접 느끼고 싶어 일부러 7일이 포함된 토요일 아침에 속초중앙시장을 찾았다. 단순히 장을 보는 목적이 아니라, 이야기와 삶이 얽힌 풍경을 ..
[전통시장 리뷰] 평택 통복시장 – 오래된 시장에서 만난 사람과 온기의 기록 평택 통복시장은 ‘지금도 살아 있는 풍경’이다. 경기도 평택시 중심부에는 수십 년 세월을 그대로 품은 전통시장이 있다.바로 통복시장이다. 대형마트가 대거 입점한 요즘에도 이 시장은 여전히 주민들의 발길과 정서가 모이는 중심지 역할을 해내고 있다. 평택시민에게 통복시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소비와 판매를 넘어, 일상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생활 공간이다. 직접 이곳을 찾은 건 평일 오전이었다. 비가 막 그친 흐린 날씨였지만, 골목 안쪽은 사람과 온기로 가득했다. 야채를 정리하던 아주머니가 쳐다보며 “구경만 해도 괜찮아요~”라고 말해주었고, 분식집 앞에선 시장 상인들과 단골 손님이 어묵 국물 한 컵을 두고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이 글은 그 하루 동안의 시장 체험기와 실제 동선, 교통 정보, 주차, 편..
[전통시장 리뷰] 서울 중곡시장 풍경기 – 도심 속 오래된 온기를 담다 중곡시장은 아직도 '사람'이 중심이다서울 동쪽 끝, 강동과 중랑 사이의 접점에 위치한 중곡시장은 도심 속 전통시장이 서서히 사라지는 시대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살아 있는 생활시장이다. 서울 중심가에 비해 많이 알려진 시장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중곡시장만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유명한 맛집도, 거대한 쇼핑몰도 없다. 대신 주민들의 삶의 흐름과 온기가 그대로 흐르고 있는 골목이 있다.서울 시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감 있는 장면"들이 중곡시장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텃밭에서 막 따온 깻잎을 파는 할머니, 말없이 두부를 썰고 있는 아주머니, 그리고 중곡시장 골목을 익숙하게 걷는 손님들의 발걸음에는 ‘익숙한 생활’의 리듬이 담겨 있다.이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