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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전통시장 리뷰] 서울 광장시장 – 진짜 인기있는 골목은 여기였다

광장시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었다 –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

서울 한복판에서 수십 년간 그 자리를 지켜온 전통시장, 광장시장.
이곳은 단순히 음식이나 생필품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한국의 정서와 추억, 그리고 사람 냄새가 살아 있는 공간이다.
많은 이들이 광장시장하면 떠올리는 대표 이미지는 아마도 빈대떡과 마약김밥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발로 걸으며 느낀 광장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깊었다.

 

전통시장 광장시장


골목 하나하나마다 나름의 이야기가 있고, 상인들의 눈빛과 손끝에는 그 어떤 푸드트럭이나 핫플레이스에서도 찾을 수 없는 ‘진짜 장인의 온기’가 담겨 있었다.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표면적 모습 너머, 오래된 서울의 일상과 정서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이곳은 단순한 전통시장을 넘어선 하나의 생활문화 박물관이었다.
광장시장을 단순히 ‘맛집 투어’로 소비하고 끝내는 건 너무 아쉽다. 이 글은 그런 생각에서 출발했고, 시장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 직접 체험하고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진짜 인기 있는 골목은 어디였고, 왜 사람들이 그 골목에 몰리는지, 그리고 무엇이 이 시장을 이토록 매력적으로 만드는지 천천히 풀어보겠다.

광장시장의 입구 – 먹거리 골목은 시작에 불과했다

광장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음식의 냄새였다.
입구 근처에는 줄이 길게 늘어선 빈대떡 가게와 떡볶이, 순대, 마약김밥 등을 파는 노점들이 즐비하다.
특히 평일 오후 4시쯤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과 직장인, 20대 커플들이 어우러져 시장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시장 중앙부 방향 골목 안쪽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입구 근처 음식점에서 사진을 찍고 빠져나가지만, 진짜 인기 있는 골목은 바로 이 안쪽에 숨어 있기때문이다.

안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사람 냄새와 오래된 풍경이 함께 스며 있는 골목이 등장한다.
여기서는 무채색 비닐에 감싸진 의류 매장, 세월이 느껴지는 수선집, 30년 넘은 전통 반찬가게 등을 만날 수 있다.
단지 오래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공간은 ‘서울 사람들’이 여전히 일상적으로 오가는 생활 시장으로서 기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진짜 인기 골목은, 오히려 음식보다 오래된 삶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길목에 있었다.

광장시장 속 숨겨진 인기 구역 – 실크골목과 수제 반찬 거리

광장시장의 진짜 핵심은 입구의 먹거리보다 안쪽의 실크골목수제 반찬 거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크골목은 오래전부터 한복 원단을 찾는 손님들과 장인들의 성지와도 같았던 곳이다. 다양한 색상과 질감의 천들이 벽에 빼곡히 걸려 있고, 실제로 맞춤 한복을 짓는 이들이 아직도 이곳을 드나든다. 특히 명절이나 결혼 시즌이 되면, 조용하던 이 골목에도 활기가 감돈다.
시장의 안쪽은 관광객보다 지역 주민과 장인 중심의 소비 공간이는 느낌을 더 진하게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 골목에는 소문난 반찬 가게들이 모여 있다. 이 거리에는 20~30년 전통의 반찬 전문점이 즐비한데, 직접 담근 김치, 불고기, 멸치조림, 무말랭이, 장아찌 같은 반찬이 진열대에 한가득이다.
이곳을 지나며 맡게 되는 냄새만으로도 식욕이 돌아오고 걷는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3대째 운영 중인 가게었는데, 할머니가 직접 무를 썰며 손님과 대화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광장시장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 진부함이 오히려 진짜 매력이라는 사실을 이 거리에서 새삼 느꼈다.

시장 상인의 손끝에서 배운 진짜 "전통"

광장시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 중 하나는 시장 상인과의 짧은 대화였다.
실크골목에서 만난 중년 여성 사장님은 이 골목에서 25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왔다고 한다. 엄마를 돕다가 가게를 물려받게 된 그녀는 이제 시장은 그녀의 인생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 말속에서 이 시장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다.
광장시장은 단순히 판매와 소비가 이뤄지는 장소가 아니라, 개인의 인생이 고스란히 쌓인 기억의 집합소였다.

반찬 골목에서 만난 또 다른 상인도 '요즘은 사진만 찍고 사가는 사람이 많아서, 그냥 ‘맛보고 가세요’라고 해요'라며 웃으며 반찬 한 조각을 건넸다. 그 소박한 미소와 말투는 광장시장만의 정서이자 사람 사이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징이었다.
이곳에서는 고객도, 판매자도 서로를 단순한 ‘거래 관계’로 보지 않는다.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객에게도 따뜻한 정을 나누는 공간, 그게 바로 광장시장이라는 걸 상인들의 손끝에서 배웠다.

광장시장의 미래 –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실험장

광장시장은 여전히 ‘과거’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지만, 동시에 ‘현재’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구역에는 청년 상인들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감각의 가게들도 등장하고 있다. 수제 떡카페, 수입 소스 전문점,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포장용품 가게 등은 전통시장이라는 틀 안에서도 충분히 생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 변화가 시장 본연의 분위기를 해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오래된 시장과 새 감각의 공존이 광장시장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젊은 층은 이런 ‘복합적인 공간성’에 매력을 느끼고, 노년층은 여전히 익숙한 풍경을 유지하며 안정을 느낀다.
끝으로 광장시장을 나서며 이 시장은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문화공간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단순한 먹거리 투어가 아닌, 광장시장이라는 살아 있는 서울의 일면을 직접 걸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