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시장다운 시장'이 시작된 곳, 인천 신포시장
서울이 수도로 자리 잡기 전, 인천은 이미 항구 도시로서 근대화의 문을 열고 있던 도시였다. 그 중심에 바로 인천 신포시장이 있다.
신포시장은 단순히 오래된 재래시장이 아니라, 한국 상업사에서 가장 빨리 서구 문물이 들어오고, 시장 문화가 자생한 공간이다.
특히 이 시장의 뿌리는 미군 PX 앞 노점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역사적 상징성도 매우 크다. 전쟁 이후, 미군 부대가 주둔하면서 신포로터리 인근에 PX(군용 판매소)가 세워졌고, 그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먹거리와 물건을 파는 노점이 생겨나며 지금의 시장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곳은 한국 전통시장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미국 문화와 생활방식이 접목된 시장으로, 지금도 시장 골목에선 미국 통조림, 오리지널 핫소스, 미제 스낵 등을 파는 상점이 종종 눈에 띈다. 신포시장을 걷는 순간, 마치 50년대와 90년대가 뒤섞인 묘한 풍경 속에 들어선 느낌을 받았다. 이 글에은 그런 시장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 대중교통 접근법, 주차장·화장실 위치, 그리고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담아보았다.
시장의 정서, 사람의 흔적 – PX에서 삶으로 이어진 연결
내가 신포시장에서 가장 오래 머문 곳은 다름 아닌 전통방앗간 앞 작은 골목이었다. 기계가 윙윙 돌아가는 소리 사이로 들려오던 “쑥떡은 오후 2시쯤 돼요~”라는 상인의 외침, 그리고 “기다려요. 방금 짜서 고소한 참기름 있어요.”라는 말투는 이 시장이 여전히 사람 중심이라는 걸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지금도 신포시장의 많은 상인들은 3대째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에겐 ‘시장’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가족의 기억과 생계를 지탱해준 터전이다. 한 의류 매장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우리 엄마 때부터 여기서 장사했어요. 요즘은 딸이 온라인으로 같이 해요.”라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공존하는 세대 전환의 현장을 보여줬다.
신포시장은 변하고 있다. 새로운 상점, 젊은 상인, 더 나은 환경 정비로, 그러나 이 시장이 가진 본질, 즉 삶이 축적되고, 이야기로 흘러가는 공간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미군 PX라는 다소 낯선 시작점은, 지금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시장의 전통으로 바뀌어 관광객과 지역민 모두에게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독특한 체험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인천의 신포시장이다.
신포시장 가는 법 – 인천 중심과 항구를 잇는 접근성 최고 시장
인천 신포시장은 인천 중구 신포로27번길 20 일대에 위치하며, 바로 옆에는 신포국제시장, 차이나타운, 동인천역이 연결돼 있다.
덕분에 관광과 일상이 겹치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지하철 이용 시
- 인천 1호선 '신포역' 2번 출구 도보 3분 → 시장 초입 바로 연결
- ‘동인천역’에서 도보로 오는 것도 가능 (도보 7~8분)
🚌 버스 이용 시
- ‘신포시장’, ‘중부경찰서’, ‘동인천역’ 정류장 하차 후 도보 이동
- 인천시내버스 2, 5, 12, 15번 등 다수 운행
🚗 자가용 이용 시
- 내비게이션에 “신포시장 공영주차장” 또는 “신포로 27번길” 입력
- 주말에는 인근 도로 혼잡하므로 오전 10시 이전 방문 권장
📍 시장은 도보형 골목 중심 구조이며, 신포로를 기준으로 좌우 양쪽에 상점이 밀집되어 있다. 초입은 튀김집과 닭강정 가게가 몰려 있어 관광객 중심,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원단, 수입식품, 주방도구, 약초, 전통 방앗간 등 실수요 중심 구역으로 나뉜다. 특히 신포시장과 바로 연결된 신포국제시장과 자유공원 상권까지 함께 묶어 도보 여행이 가능하다.
미군 PX에서 시작된 상업의 흔적 – 시장 깊숙이 남아 있는 ‘그 시절’의 흔적
신포시장의 진짜 매력은 단순한 재래시장 분위기에 머물지 않는다. 이곳은 1950~70년대 인천 상업문화의 최전선이었고, 그 중심에는 미군 PX 앞 노점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상점들이 있다. PX(Personal Exchange)는 군인을 위한 전용 상점이지만, 그 주변에서는 당시 인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미국 물품을 중고로 구입하거나, 교환하거나, 흘러나온 물품을 사고팔았다. 이 문화가 발전하면서 미군이 먹던 햄버거, 감자튀김, 통조림 과일, 핫소스 등이 상인들의 상품군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후 이 문화는 ‘신포시장 핫도그’, ‘닭강정’, ‘양식계 전통 레시피’로 계승됐다. 지금도 신포시장에는 ‘미제 군용품 상점’, ‘수입조미료점’, ‘가정용 수입그릇 상점’이 존재한다. 일부 상점은 여전히 ‘미제 전기장판’이나 ‘미군부대 물자 중고품’을 다루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판매 이상의 역사적인 유물처럼 시장에 남아 있는 풍경이다.
시장 골목 한쪽에서 이불을 팔던 70대 상인에게 PX 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그땐 군인이 와서 손짓으로 사가고, 우리도 뭐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그냥 흘러간 걸 받아 파는 거지.” 그 말 속에는 시장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삶의 흐름을 따라 변했는지에 대한 응축된 역사가 담겨 있었다.
시장의 구조와 먹거리 풍경 – 신포 닭강정, 수제 튀김, 반찬의 거리
신포시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신포닭강정이다. 1960년대부터 존재하던 이 시장형 튀김 닭강정은 지금도 시장 한복판을 지나면 줄을 서야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필자는 닭강정보다 더 인상 깊었던 공간은 시장 안쪽의 ‘손수 반찬 골목’과 ‘튀김 좌판 거리’였다. 갓 튀긴 고구마튀김, 감자전, 오징어튀김이 지글거리는 기름 소리와 함께 손님을 유혹하고, 그 옆에서는 고사리나물, 더덕무침, 젓갈류가 수북이 쌓인 반찬가게에서 “시식해보고 고르세요”라는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 먹거리 추천 TOP 5
- 신포 닭강정 (시장 초입 대형 매장 & 골목 노포)
- 3대째 이어온 김밥집 – 수제 오뎅김밥이 유명
- 튀김좌판 – 고구마, 꽈배기, 오징어튀김 즉석
- 청국장골목 – 직접 띄운 청국장 냄새가 골목을 가득 채움
- 수입소스 전문점 – 외국 조미료와 레트로 통조림 가게 (미군 흔적 그대로)
시장 골목 안에는 오랜 단골 손님들을 위한 작은 휴게 벤치, 그리고 무료 시음 코너와 즉석 시식 공간이 많아, 오래 머물며 쇼핑하고 맛보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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