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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전통시장 리뷰] 오산 오색시장 – 미쉐린 맛집부터 숨은 노포까지, 한 번 가면 빠져드는 진짜 이유

도시 한가운데 살아 숨 쉬는 ‘오산의 부엌’

오산이라는 도시는 흔히 군 부대, 기차역, 혹은 서울과 가까운 교통 요충지로만 떠올린다. 그러나 그 중심에 반세기 넘게 오산의 밥상을 책임져온 공간이 있다. 바로 오산 오색시장이다. 이곳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이 제공하지 못하는 사람 냄새, 손맛, 현장에서만 느껴지는 온기가 가득한 곳이다. 입구를 지나면 고소한 전 냄새, 막 튀겨낸 도넛의 달콤함, 고춧가루 볶는 향이 동시에 코끝을 자극한다. 단순히 장을 보는 곳이 아니라, 한 끼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출발점인 셈이다.

 

전통시장리뷰

 

오색시장은 이름부터 독특하다. ‘오색(五色)’이라는 단어는 ‘다섯 가지 색’에서 유래했으며, 다양한 상품과 음식, 문화를 품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시장을 걸어보면 채소, 고기, 해산물, 건어물, 즉석 먹거리까지 시각·후각·미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풍경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인심이 넉넉하다. 상인들이 “조금 더 담아줄게요”라며 건네는 한 움큼의 덤은, 그 자체로 이 시장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장보기 시장에서 머무는 시장으로

오산 오색시장은 1960~1970년대 오산역과 구도심 장터가 결합하며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당시 오산은 군 부대와 철도역, 국도를 통한 상업 유통이 활발해 장날이면 인근 화성, 평택, 용인까지 손님이 몰려들었다. 초기에는 농산물과 생활잡화를 중심으로 한 5일장 형태였으나, 점차 상설화되며 상인 수와 품목이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 오산시와 상인회가 힘을 모아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다. 아케이드 설치, 위생 시설 개선, 간판 정비, 공영주차장 조성 등 인프라를 정비했고, 시장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하기 위해 ‘오색시장’이라는 명칭을 공식화했다. 이후 주말 야시장, 계절별 먹거리 축제, 지역 농가와 연계한 직거래 장터 등을 운영하면서 단순한 ‘장보기’ 공간에서 체류형·체험형 전통시장으로 발전했다. 현재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경기 남부 대표 시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덤 한 움큼이 주는 행복

오색시장은 평일 오전에도 제법 북적이지만, 주말에는 더욱 활기를 띤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토요일 오전 10시. 입구 쪽에는 갓 부쳐낸 김치전, 부추전, 동태전이 기름 위에서 지글거리고 있었다. 가격은 한 판 3,000~5,000원. 전 냄새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추자 상인은 “오늘 부추가 달아요, 시식해보세요”라며 한 조각을 내어줬다.

시장 중앙부에는 수제 어묵 노점이 있었는데, 긴 꼬치에 꽂힌 어묵이 뜨거운 국물 속에서 유혹했다. 국물 한 모금에 칼칼함과 시원함이 동시에 느껴졌고, 꼬치 가격은 개당 500~700원으로 부담 없었다.

과일 가게에서는 제철 과일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딸기 한 팩을 집으니 “조금 작은 건 서비스로 드릴게요”라며 한 줌을 더 담아줬다. 이런 덤 문화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이었다.

후면 골목에서는 방앗간이 참기름을 현장에서 착유하고 있었고, 고소한 향이 골목을 가득 채웠다. 참기름 한 병을 구입하며 “이건 오늘 바로 짠 거예요”라는 말을 듣자, 집에 돌아가 부쳐 먹을 김치전 맛이 벌써 기대됐다.


4초행자를 위한 실전 가이드: 화장실·주차·위치·가는 길

위치: 경기도 오산시 오산로 272번길 일대, 오산역과 도보 10분 거리

 

대중교통: 지하철 1호선 오산역 하차 → 1번 출구 → 도보 약 8~10분. 버스는 ‘오색시장·오산시장’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3분 내 진입 가능.

 

자가용: 내비게이션에 “오산 오색시장 공영주차장” 검색. 외곽에 위치한 주차장을 이용하면 골목 혼잡을 피할 수 있음.

 

주차 요금: 1시간 무료(점포 도장 시) → 이후 10분당 300원. 주말 오전 10시 이전, 평일 오후 5시 이후 방문 시 여유 있음.

 

화장실: 시장 중앙 고객쉼터 뒤편 공중화장실(청결도 양호, 장애인 화장실 완비) + 공영주차장 옆 공용화장실.

 

아케이드 덕분에 비·눈이 와도 편하게 장을 볼 수 있고, 주요 동선이 휠체어와 유모차 진입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오산의 맛과 사람을 한 번에 만나는 곳

오색시장의 강점은 신선한 로컬 식재료즉석 먹거리가 균형 있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채소·과일·수산물·육류·건어물은 물론, 수제 어묵, 방앗간 참기름, 직접 담근 장아찌, 손맛이 느껴지는 반찬가게가 골고루 포진해 있다. 특히 주말에는 야시장 메뉴가 추가돼 꼬치, 타코야키, 닭강정, 아이스크림 붕어빵 등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사람이 시장을 완성하는 곳이다. 반찬을 고르면 “이건 밥이랑 꼭 드세요”라며 덤을 주고, 과일을 사면 “이건 오늘 먹어요, 제일 달아요”라고 귀띔해 준다. 장보는 시간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이웃과 소통하는 시간이 된다.

오산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오색시장은 반드시 동선에 넣어야 한다. 주머니 사정 걱정 없이 장을 보고, 점심 한 끼를 해결하며, 사람 냄새 나는 골목을 걸을 수 있는 곳. 그것이 오산 오색시장이 지금까지 사랑받아온 이유다.